2025-02-28 What makes me happy
특별한 1-on-1 미팅
어제 지사장님과 1-on-1 미팅이 있었다. 우리 지사장님과의 1-on-1은 좀 특별한데, 다른 회사처럼 업무 목표나 성과 얘기보다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여자친구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집안일은 잘되고 있나” 이런 인간적인 대화를 주로 한다.
항상 존경스러운 부분은 직원들 각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일상 속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시고 챙겨주신다는 점이다. 그냥 인간적으로 다가오시는 모습에 감동받는다.
이번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재미있어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다루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상무님을 통해 받았던 내부 포지션 변경 제안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그것보단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다.
포지션 변경에 대한 본질적 대화
지사장님이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셨다. 포지션 변경을 원한다면, 그 변경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게 내 생각과 상당히 일치한다.
나도 일을 진행할 때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그것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식을 선호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을 상대방에게 인지시켜 자연스럽게 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식으로.
공통점: 큰 그림을 보는 사람들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 둘의 공통점이 더 드러났다. 우리 둘 다 디테일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반면 내가 같이 일하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상당히 디테일한 편이다. 디테일하지 않으면 많은 버그를 만들 수밖에 없는 직종이니까.
나의 강점: 일을 잘 벌리는 능력
내가 잘하는 건 ‘일을 잘 벌리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고객이 급하게 요구하는 일들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개발자들은 고객이 갑자기 요구사항을 바꾸거나 뒤늦게 새로운 요청을 할 때 불만을 표시하지만, 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디테일 vs. 유연성: Sebastian과의 비교
예를들어 매일 같이 싱크업하는 Poland에 있는 Sebastian은 인생을 매우매우 디테일하고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짜놓은 계획이 틀어지는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심지어 아이가 셋이 있는데 아이들의 생일조차 같은 월에 태어나게 하는 엄청난 디테일함… ㅋㅋㅋ)
근데 난 우리가 고객의 성공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위해 계획대로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그 정도 버퍼는 두어야 하고, 고객 요구를 빠르게 수용해서 해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Sonatus 성장과 역할의 변화
최근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깊이 생각해봤다. 나는 Sonatus에 4x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는데, 이제 회사는 300명이 넘는 글로벌 9개 브랜치를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도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중이다. 당시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떠나 이 작은 회사에 조인했던 이유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내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난 안정적이어서 할 일이 많지 않은 환경을 재미없다고 느낀다. 주어진 일만 해야 하고 액티브하게 행동할 권한이 없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회사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넘어서 고객 대응도 하고, 인프라, 필드 시스템, 컨테이너 매니저 등 다양한 영역의 일을 맡아서 했다.
근데 이제 회사가 커지고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서 팀별로 역할이 명확히 구분됐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일할 수 없게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변화지만, 난 최근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두 가지 선택지: FA Engineer vs. CSE
FA Engineer 포지션은 한국에 고객이 있고 고객과의 관계가 좋기 때문에 BD팀이신 상무님과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Customer Service Engineer는 아직 해외 고객이 없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주로 POC 단계에 있어, 불모지에서 고객과 처음부터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내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Sonatus에 처음 합류했을 때처럼 인력도 부족하고 회사의 성공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시기에 도전하는 게 나한텐 가장 흥미롭고 보람찬 일이다.
결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즐거움
오늘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이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지사장님과의 대화는 항상 새로운 통찰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