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앤트로픽의 'Bun' 인수와 'MCP' 공개

[칼럼] 앤트로픽의 ‘Bun’ 인수와 ‘MCP’ 공개: AI 에이전트의 운영체제를 꿈꾸다

2025년 12월, AI 업계에 흥미로운 두 가지 뉴스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하나는 앤트로픽이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Bun’**을 인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리눅스 재단에 기부하며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두 사건은 “빠른 런타임 확보”와 “프로토콜 표준화”라는 별개의 이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둘을 겹쳐보면 앤트로픽이 그리고 있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청사진’**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앤트로픽은 단순히 똑똑한 AI 모델(Claude)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살아숨쉬는 거대한 생태계(Ecosystem)**를 장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이벤트가 가리키는 연결점과 그 이면에 숨겨진 전략을 분석해 봅니다.


1. 퍼즐의 완성: 두뇌, 신체, 그리고 신경망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디지털 생명체’로 비유한다면, 앤트로픽의 전략은 이제야 비로소 완전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 두뇌 (Brain): Claude

    • 생각하고 판단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핵심 지능입니다. 이미 Claude 3.5 Sonnet 등을 통해 코딩 능력은 검증되었습니다.
  • 신체 (Body): Bun (인수)

    • AI가 생성한 코드를 현실 세계에서 **‘실행’**하는 물리적 엔진입니다.
    • AI 에이전트는 인간과 다릅니다. 코드를 짜고, 실행하고, 에러를 고치는 과정을 초당 수십 번 반복(Loop)합니다. 이때 Node.js의 무거운 시동 속도는 병목이 됩니다. 앤트로픽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런타임인 ‘Bun’을 인수함으로써, AI의 생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민첩한 신체’**를 얻었습니다.
  • 신경망 (Nerves): MCP (오픈소스 기부)

    • AI가 외부의 도구(Github, Slack, Drive 등)와 소통하는 **‘언어’**입니다.
    • 기존에는 AI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려면 복잡한 맞춤형 코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MCP는 이를 USB 꽂듯 표준화해 버립니다. 앤트로픽은 이 신경망을 누구나 쓸 수 있게 개방함으로써, 모든 데이터가 Claude로 흐를 수 있는 길을 닦았습니다.

2. 전략의 핵심: “배관은 무료로, 물은 유료로”

앤트로픽이 Bun을 인수해 MIT 라이선스를 유지하고, MCP를 리눅스 재단에 기부한 것은 자선 사업이 아닙니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보완재의 범용화(Commoditize the Complements)’ 전략입니다.

  • 무료로 뿌리는 것 (인프라): 런타임(Bun)과 연결 프로토콜(MCP).

  • 돈을 버는 것 (핵심 자산): AI 모델의 추론(Inference)과 API 토큰.

개발자들이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로(Bun)‘와 ‘신호등(MCP)‘을 무료 공공재로 풀어버리면,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Claude)‘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인프라 장벽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개발자가 Claude Code를 쓰게 되고, 이는 곧 앤트로픽의 **API 매출(ARR 10억 달러 이상)**을 지탱하는 강력한 해자가 됩니다.

3. ‘표준’을 선점하여 ‘파편화’를 막다

현재 AI 에이전트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OpenAI, 구글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앤트로픽의 영리한 점은 ‘개방’을 무기로 ‘표준’을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앤트로픽이 MCP를 독점했다면 개발자들은 외면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리눅스 재단에 넘기고 OpenAI까지 참여시킴으로써, 경쟁사조차 무시할 수 없는 산업 표준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제 개발자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AI 런타임은? Bun이 제일 빠르대.""데이터 연결은? MCP 쓰면 다 붙는대.”

이 문법이 통용되는 순간, 그 중심에 있는 Claude는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4. 결론: 개발 환경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되다

앤트로픽의 이번 행보는 “AI 네이티브 개발(AI-Native Development)”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과거에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Node.js, 복잡한 API 문서)를 AI가 억지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앤트로픽은 **AI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도구(Bun)**와 **AI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규약(MCP)**을 직접 세팅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Claude가 생각하고, MCP로 연결하며, Bun으로 실행하는”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가 아니라, 미래 소프트웨어 산업의 **운영체제(OS)**를 장악하려는 앤트로픽의 거대한 야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