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실행 인프라 레이어: Bun 인수와 AI 네이티브 런타임
4. 실행 인프라 레이어: Bun 인수와 AI 네이티브 런타임
여기까지는 주로 “생각하는 쪽(모델·에이전트·프로토콜)”을 봤습니다.
이제 시야를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서, **“그 생각을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시키는지”**를 보려고 합니다.
Agentic AI를 진짜 서비스로 만들려면,
모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런타임과 실행 인프라입니다.
이 지점에서 최근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Anthropic의 Bun 인수와, 이를 둘러싼 “AI 네이티브 런타임” 논의입니다.(Anthropic)
4.1 Bun의 기술적 포지셔닝
Bun은 겉으로 보기에는 “Node.js 대체 런타임”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포지셔닝이 꽤 다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올인원 웹/서버 런타임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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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vaScript / TypeScript 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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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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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매니저 (
bun install) -
테스트 러너 (
bun test)
이 네 가지를 단일 바이너리 안에 통합한 툴킷입니다.(bun.com)
기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지점을 강하게 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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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g로 구현된 런타임 + WebKit의 JavaScriptCore 엔진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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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de.js의 V8 기반 구조 대비,
시작 속도와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Git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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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타임 + 번들러 + 테스트 러너 + 패키지 매니저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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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도구(Jest, Webpack, npm 등)를 조합하는 대신
“처음부터 함께 설계된 툴체인”으로 가는 구조입니다.(Str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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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HTTP 처리량, 빠른 cold start, 빠른 테스트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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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크에서는 Node.js 대비 수 배 수준의 처리량과
테스트 실행 속도 향상을 강조합니다.(Str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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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성들을 Agentic 워크로드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더 뚜렷해집니다.
에이전트 워크로드는 보통 이런 패턴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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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작업을 매우 자주 호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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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I/O(파일, 네트워크, DB, 도구 실행)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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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검증·툴 호출을 반복적으로 수행합니다.
이런 워크로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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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빠른 런타임(cold start lat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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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기 I/O에 최적화된 이벤트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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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체인 통합으로 인한 오버헤드 감소
같은 요소가 꽤 직접적인 성능·비용 차이로 이어집니다.(Strapi)
정리하면, Bun은 단순히 “Node.js를 대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JS 런타임”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자주 호출하는 종류의 작업들을
한 번에 다루기 좋은, 고성능 올인원 JS/TS 실행 환경”
으로 포지셔닝된 런타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2 Anthropic의 Bun 인수 의미
이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집니다.
“왜 모델 회사가 굳이 일반 목적 JS 런타임을 인수했을까?”
Anthropic의 공식 발표를 보면,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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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Code는 출시 6개월 만에
연 10억 달러(run-rate) 매출을 돌파했다고 밝힙니다.(Anthr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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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 Claude Code와 앞으로의 AI 코딩 제품들의 성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Bun을 인수했다고 명시합니다.(Anthropic)
Bun 쪽 블로그에서도 같은 방향성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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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은 앞으로
- Claude Code,
- Claude Agent SDK,
- 향후 AI 코딩 제품들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고 선언합니다.(b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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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런타임 자체는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커뮤니티·생태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줍니다.(bun.com)
이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꽤 전략적입니다.
첫째, 실행 기반의 수직 통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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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회사가 단순히 “API + UX 레이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코드를 실제로 실행하는 런타임까지
직접 소유·최적화하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Jimmy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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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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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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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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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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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 호출을 하나의 통합된 실행 경로에서
최적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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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오픈소스와 제품의 이중 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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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은 계속해서 오픈소스로 공개되고,
일반적인 JS/TS 런타임·툴체인으로 널리 쓰이는 생태계를 유지합니다.(b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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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Anthropic 내부에서는
Claude Code와 에이전트 제품의 필요에 맞추어
성능·안정성·관측성(Observability)을 깊이 있게 튜닝할 수 있습니다.
셋째, AI 제품이 런타임 선택을 주도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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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JS 런타임 선택이
웹·서버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논리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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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인수는 “AI 코딩·에이전트 제품이 런타임 생태계의 방향을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구조적 신호로도 읽힙니다.(Jimmy Song)
정리하면, 이 인수는 단순히 “괜찮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사들였다” 수준이 아니라,
“에이전트·코딩 제품의 경쟁력을 위해
실행 인프라까지 통째로 끌어안고 최적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4.3 연구 포인트: “AI 네이티브 런타임”이라는 개념
이제 남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전통적인 애플리케이션 런타임과
에이전트/AI 시대의 ‘AI 네이티브 런타임’은 무엇이 다른가?”
이 장에서 던져볼 연구·분석 포인트를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AI 네이티브 런타임의 요구사항 정리
전통적인 웹/서버 런타임은 대체로 이런 것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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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살아 있는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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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예측 가능한 요청 패턴(웹 요청, API 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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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는 “HTTP 처리량·지연 시간·스케일아웃” 중심의 튜닝
반면 Agentic/AI 워크로드는 요구사항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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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자주 호출되는 코드 조각
- 프롬프트 한 번 → 코드 생성 → 실행 → 결과 확인
- 이런 루프가 수없이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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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다양한 I/O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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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Git, DB, SaaS API, CLI, MCP 서버 호출까지
종류가 훨씬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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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중심의 관측·로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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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드가 얼마나 빨랐나”보다
“이 에이전트가 어떤 결정·행동 경로를 밟았나”를 추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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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 AI 네이티브 런타임이라면 적어도 다음을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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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start와 짧은 수명의 작업에 대한 최적화
- 함수/스크립트 단위 실행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납니다.(Str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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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기 I/O와 이벤트 루프의 효율
- 여러 외부 시스템과의 통신을 병렬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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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검증 루프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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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가 제안한 코드를 테스트·롤백·재시도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튜닝이 요구됩니다.(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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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성과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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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코드가 어떤 맥락에서 실행되었는지,
어떤 리소스에 접근했는지 추적 가능한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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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구사항을 염두에 두고 Bun의 설계를 보면,
“AI 네이티브 런타임”이라는 표현이 단순 수사가 아니라
실제 설계 방향과 맞물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Jimmy Song)
2) IDE/에이전트 서비스의 성능·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
Claude Code, GitHub Copilot 류의 코딩 어시스턴트와
각종 에이전트 서비스의 내부를 떠올리면, 다음과 같은 경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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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코드를 생성하거나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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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타임이 그 코드를 실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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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툴 호출·파일 조작 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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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다시 모델에게 피드백으로 들어갑니다.
이 경로에서 런타임 선택은 직접적으로 다음에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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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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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실행 및 검증 루프가 짧아질수록
사용자는 “실시간에 가깝게”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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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리소스 사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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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CPU·메모리·인프라 비용이
런타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Str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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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설계의 자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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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과 비용 여유가 생기면
더 잦은 재시도, 더 풍부한 검증, 더 세밀한 에이전트 플로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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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Bun 인수는 단순히 “라이브러리를 바꿨다”가 아니라,
“에이전트·코딩 제품의 내부 실행 경로를
AI 워크로드에 맞게 아래에서부터 다시 짜겠다는 선택”
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4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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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은 JS/TS 생태계에서
고성능 올인원 런타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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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ic은 이 런타임을 인수함으로써
Claude Code와 에이전트 제품의 실행 기반을 직접 소유·최적화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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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은 “AI 네이티브 런타임”이라는 개념을 전면으로 끌어올리며,
IDE/에이전트 서비스의 성능·비용·설계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다음 5장에서는 실행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특히 Claude Code를 사례로 삼아
“Agentic 코딩 환경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