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록
누가 그러던가 대리~과장이 가장 일을 잘할 때고 많이 할 때라고..
눈 감았다 뜨니 4Q가 왔다.
헐이다 헐
4.5년간의 대학원 생활때는 이론적인 부분에 집중한 연구를 했고, 3년간의 군복무 기간동안에는 사용자를 위해 최대한의 실행력을 요구하는 일을 했다가, 이제는 그 두 부분이 모두 필요한 플랫폼 개발쪽의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금 하는일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Adaptive AUTOSAR 플랫폼, 즉 AP 미들웨어라 흔히들 부르고, 차량에 탑재되어야할 고성능 컴퓨팅 칩들에 들어갈 매우 중요한 요소다.
주요 기능들은 차량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설계대로 개발을 편하게 하게 하도록 구조화된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고, 이런 차량어플리케이션이 OTA를 통해 원격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기타 다양한 차량의 상황에 따른 행동을 달리 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도 제공 등으로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사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기능들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상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해 나아가는 것을 대표적으로 잘하는 회사들이 유럽회사들이며 그들이 리딩해서 진행중이다.
유럽 및 일본의 전통적인 차량 제조회사들은 차량제조를 위한 생태계(흔히들 n차 업체 n-Tier 라 부르는 것)와 공존하며 나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상식으로 받아 들여 왔다.
이 모든 것들이 Tesla라는 변종이 나타나며 흔들었다.
소비자와 시장은 Tesla를 택했고 정말 시장의 힘은 무섭기 그지없엇다.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인 애자일적인 관점으로 차를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설계->개발->검증 하는 텀을 획기적으로 짧게 잡았고, 이렇게 바뀌거나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을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처럼 쉽다.
하지만..
앞으로 어떠한 센서나 하드웨어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될지 모르고,
정말 한치앞을 모르는 장기적 로드맵이 가져다 주고,
모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비지니스적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전통의 차량제조회사들에게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시간동안 축적되어 이미 정치적 및 사회적 구조 제반 시설 등이 복잡하게 얽혀 Chaos 이론처럼 보여 바꾸기 무지 어려운 부분이다.
OTA(On-The-Air)를 통한 업데이트하는 기능 자체는 이미 모바일시장과 셋탑박스시장을 통해 어느정도 성숙했지만,
이 기능들이 동작하는 대상이 자동차가 되는 순간, 고객 안전이 바탕이 되어야하므로 해당 기능이 제도적 & 법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높다.
유럽은 이러한 것들을 표준 및 법으로 단단하게 막아두었다.
유럽은 이를 만족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느리지만 확실한 길을 나아가고 있었는데, Tesla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엄청난 비지니스적 리스크를 감당해가며 새로운 차량제조의 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바탕에는 CEO의 역량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Paypal 마피아 Elon Musk의 엄청난 Fund raising 능력과 광고료를 전혀 쓰지않지만 알아서 홍보가 되는 Tesla 식 Social Marketing 기법 등이 그의 대표적 역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꿀벌처럼 홀리게 하는 능력과 그러한 조직을 만드는 것들이 가장큰 업적이라 생각한다.
엔지니어들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인데, 정말 매번 획기적인 방법으로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구조를 하나씩 깨가며 문제를 풀고 있으니 내가 그곳의 엔지니어라도 즐거울 것 같다. (Google도 못했으니 말 다했다고 볼수 있다)
이야기가 Tesla 쪽으로 빠졌네.. 워낙에 벤치마킹을 많이하다보니.. 나중에 자세히 한번 써야겠다
어디까지 했더라 본론으로 돌아오자
현재 자율주행 분야는 아래부터 위로 반도체, CPU & GPU Architecture, SoC Packaging, Operating System, Middleware, Backend, Frontend 분야를 망라한 모든 전세계 공룡 회사들이 각 회사들의 강점을 들이밀며 자동차라는 새롭게 다가올 거대한 컴퓨터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
학부때 배웠던 Convergence의 개념처럼 모든 것이 소용돌이처럼 하나로 엮이고 있어 유래없는 혁신이 빠르게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이 모든게 하나의 브랜딩화가 되어 독점화 되었을때 그 것이 가져다주는 힘은 Google & Samsung, Apple을 통해 잘 알았을테니 당연한 수순이지 않을까 싶다.
근 1년간 일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전세계의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간다는데 있고 해결해야될 문제천지라서(?) 그런 것 같기도
사실 R&D하는 분야가 모든 공룡회사들에게 필요한 공통적인 부분이라 전세계 모두가 비슷비슷한 부분이 많아 실력이 비슷비슷할 것 같지만 격차가 매우 크다.
엔지니어에게 요구하는 지식양의 수준도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높은데 내게는 이를 넘어가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전통의 대기업은 보통은 사수가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그를 배워 회사의 부품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분야는 정말 한치앞도 모르기 때문에 내바로 윗 사람도 모른다.
가장 많이 공부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알고, 내가 아는 것도 몇년이면 옛 기술이 되어버리는 시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내가 알아서 앞을 헤쳐나가는 맛이 있다.
창업을 해볼까 고민도 들기도하고 몇몇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하지만..
많이 부족하고 갈길이 멀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매진하기로…
2020년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