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님과의 1-on-1 대화

어제는 한국 지사장님과 1-on-1 미팅이 있었습니다. 우리 지사장님과의 1-on-1은 항상 특별합니다. 다른 회사의 1-on-1과는 다르게 업무 목표나 성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금 여자친구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집안일은 어떠한가” 같은 인간적인 대화가 주를 이룹니다.

지사장님이 항상 존경스러운 부분은 직원들의 일상 속 중요한 부분들, 각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와 같은 인간의 깊은 부분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시고 그런 부분을 챙겨주시는 점입니다. 인간적인 면모로 직원들에게 다가오시는 모습에 항상 감동받습니다.

이번 1-on-1에서는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더 재미있어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을 다루고 접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상무님을 통해 받았던 내부 포지션 변경 제안에 대해 이야기하실 줄 알았는데, 그 내용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나와 지사장님의 공통점: 일의 접근 방식

지사장님께서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포지션 변경을 원한다면, 그 변경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제 생각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저 역시 일을 진행할 때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그것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을 상대방에게 인지시켜 자연스럽게 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편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사장님과 저의 공통점이 더 드러났습니다. 우리 둘 다 디테일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반면 제가 같이 일하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상당히 디테일한 편입니다. 디테일하지 않으면 많은 버그를 만들 수밖에 없는 직종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하는 일은 ‘일을 잘 벌리는 것’입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고객이 급하게 요구하는 일들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개발자들은 고객이 갑자기 요구사항을 바꾸거나 뒤늦게 새로운 요청을 할 때 불만을 표시하지만, 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함께일하는 매일 같이 싱크업을하는 Poland에 있는 Sebastian은 인생을 매우매우 디테일한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짜놓은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심지어 아이가 셋이 있는데 아이들의 생일조차 같은 월에 태어나게 하는 엄청난 디테일함… ㅋㅋㅋ)

하지만 저는 우리가 고객의 성공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계획대로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 정도 버퍼는 두어야 하고, 고객 요구를 빠르게 수용해서 해결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지점

최근 제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Sonatus에 4x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는데, 이제 회사는 300명이 넘는 글로벌 9개 브랜치를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중이죠. 당시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떠나 이 작은 회사에 조인했던 이유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제 성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저는 안정적이어서 할 일이 많지 않은 환경을 재미없다고 느낍니다. 주어진 일만 해야 하고 액티브하게 행동할 권한이 없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합니다. 회사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넘어서 고객 대응도 하고, 인프라, 필드 시스템, 컨테이너 매니저 등 다양한 영역의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회사가 커지고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서 팀별로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변화지만, 저는 최근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FA Engineer 포지션은 한국에 고객이 있고 고객과의 관계가 좋기 때문에 BD팀이신 상무님과 함께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Customer Servie Engineer는 아직 해외 고객이 없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주로 POC 단계에 있어, 불모지에서 고객과 처음부터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Sonatus에 처음 합류했을 때처럼 인력도 부족하고 회사의 성공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시기에 도전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흥미롭고 보람찬 일입니다.

마치며

오늘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이 조금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지사장님과의 대화는 항상 저에게 새로운 통찰을 줍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개인의 역할도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커리어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변화는 두렵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저의 강점이니까요.

기록하고 되돌아보니 많은 생각이 정리됩니다.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이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