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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회고록

들어가며 : 게으른 나

이전 회고록을 보니 2021년, 2022년이 마지막이더군요. 정말 게으르게 살아왔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를 대신해, 2025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짧은 기록이라도 부지런히 남겨보려 합니다.
회사인 Sonatus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만큼 저 역시 성장했고, 어느덧 입사 5년 차가 되어 갑니다. 4년을 꽉 채운 제 Dell 노트북은 성능이 예전 같지 않고, 4년이면 제 주식도 풀 베스팅이 되는 시점이니 이 시점에서 4년간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싶어집니다.

최근에는 ‘삶의 본질’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떨 때 행복해?” 같은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는데, 정작 제 머릿속 고민을 따로 정리한 적은 없더군요. 그래서 이 블로그에 비공식적인 잡담 형태로 제 고민과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Values : Mission-driven, Mover, Giver

1. Mission-driven

어릴 때부터 수학이 좋았고, 특히 어려운 문제를 오래 붙잡는 일을 즐겼습니다. 답안을 봐도 납득이 안 되면 선생님께 재차 물어보고, 제가 스스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자랑할 정도였죠.
현대 Autron에서 일할 당시에도 곧바로 나갈 마음을 먹었고, Sonatus에 입사해서는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제 역할을 만들어갔습니다.
복잡하고 이해하는 사람도 적은 영역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내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박사전문연구요원 기간이 끝나고 ‘자동차’를 계속할지, ‘Crypto’ 쪽으로 갈지 고민했을 때도, 결국 해결하려는 문제가 복잡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024년 해결해 나간 문제는 상상이상으로 복잡했고, 그 과정에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뭐 물론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요.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제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2. Mover

길게 고민하기보다는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면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크죠. 그래서 실행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합니다(하하).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주변 도움을 자주 받지만, 그만큼 많은 걸 시도해서 얻는 것도 큽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저 개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 점은 조금 아쉽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렵고 힘들며,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3. G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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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건, 아마 제가 먼저 주려는 성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어린 시절 기억 중 하나가 할아버지 댁에서 받은 과자 상자를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줬던 모습이니까요.
Desktop View 캄보디아 봉사활동 때 제가 준 농구 유니폼을 입고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앞으로도 대가 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 그만큼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갈 길은 멀지만요).
2024년 12월, 4년 가까이 진행된 CCU2 프로젝트가 양산(MP)에 이르러 전 세계 팀원이 한국에 모여 바쁜 일정이 이어졌지만, 잠도 못 자는 상황에서도 맛있는 한식을 꼭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저를 포함해 모두가 친구가 되었고, 특히 폴란드에서 온 동료들과의 문화적 공통점을 찾으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 두사진은 Poland에서온 제 절친 Sebastian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아침에들어가 밤 10시에 이슈를 해결하고 나와, 판교에서 치맥하며 자축했던 사진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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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 Automotive or Connected world

2011년에 V2X(Vehicle To Everything)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간 후, 전문연구요원 3년을 빼고도 어느덧 자동차 업계를 11년 가까이 겪었습니다. 이제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정의(SDV) 시대로 가는 최전선에서 문제를 풀어가고 있죠.
기술적·사회구조적·국가 인프라·기업 내부의 정치적 이슈 등, 그림이 복잡하고 해답이 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Sonatus와 현대차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방향성은 분명하기에, 조금씩이라도 현실화돼 가고 있다는 실감이 있습니다.
덕분에 2024년에는 회사가 드디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고, 글로벌 지사도 9개나 늘어났습니다. 유명 인사를 C레벨로 영입하면서 내부 체계도 탄탄해졌습니다. 덕분에 다른 OEM들의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 IPO 등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2025년은 Sonatus가 흔하디흔한(?) 유니콘급 회사로 남느냐, 혹은 폭발적으로 더 성장해 나가느냐를 가를 중대한 시점이라고 CEO Jeff가 강조합니다. 작은 회사였을 때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차 있네요.

Container Manager : LX3 양산차량에 적용된 Docker 기술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디자인하고, 고객을 설득했던 기억이 남는 프로젝트가 바로 Container Manager입니다. 이 기술을 LX3 양산차량에 처음으로 적용해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럽습니다.
말 그대로 Docker를 이용해 인비히클(In-vehicle) 환경에서 컨테이너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이고, 기존 OTA 솔루션과도 조화를 이뤄야 했습니다. 사실 데이터센터 시장에는 이미 잘 돌아가는 컨테이너 관리 기술이 많지만, 차량 환경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정말 많더군요.

그중 가장 큰 산 하나가 바로 OTA 법규와 로직을 만족시키면서 컨테이너를 관리·생성하는 문제였습니다. CCU2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In-vehicle 환경에서는 보안(Security)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 Docker에서 보안적으로 취약할 만한 부분을 특화·보강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AP(Application Processor)에 적용된 Secure Boot 개념을 컨테이너가 실행되기 전까지 확장해서 적용한다든지, 컨테이너가 돌고 나서도 Filesystem의 무결성(Integrity)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보안을 강조하는 고객사를 설득하는 것도 상당한 일이었고, 고객사 내부 사이버 보안감사팀과의 소통 비용도 무시무시했습니다. 원래라면 개발 2~3년, 검증 1년을 거쳐 제품이 차에 실리는데, 검증 기간 중에도 바뀐 점이 너무 많아 개발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았죠(거의 새 프로덕트를 만든 기분?).

그래도 전 차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첫 모델에 실리기만 하면 앞으로는 확장될 일만 남았다는 게 위안이었습니다. 더욱이 고객사도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외주에만 맡길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내부 개발 역량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으니, 이 Container Manager는 앞으로 더 넓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운동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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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40을 바라보는데도 몸은 여전히 자라고 있어 신기합니다.
2021년 건강검진 당시 188cm에 90kg이었는데, 지금은 97~99kg까지 늘었고 골격근량도 50kg에 가까워졌습니다. 그 변화를 이끈 요인들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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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폐 능력(Zone2 트레이닝)의 중요성

원래 농구 한 번 하면 2~3시간은 거뜬할 정도로 심폐 기능이 좋았지만, 2024년 1월 CrossFit을 시작하면서 고강도 트레이닝을 견딜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 Dr. Peter Attia의 “Outlive”를 접하게 됐습니다.
Zone2 트레이닝이 미토콘드리아 효율을 높여주고, 강인한 심폐 지구력은 운동뿐 아니라 업무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물론, 실제로 더 똑똑해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최근엔 젊어진 것 같다는 말까지 듣는데, 기분 좋은 착각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죠.

2. 식습관의 중요성

간헐적 단식과 명절 단식 등을 꾸준히 해왔지만, 2023년쯤 몸 상태가 뭔가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원인은 ‘간헐적 단식 + 간헐적 폭식과 폭음’이었죠.
좋지 않은 음식을 ‘멀리’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JYP의 말을 되새기며, 프리바이오틱스를 챙겨 먹고 통곡물을 활용한 식단으로 돌아오려 애썼습니다.
예컨대,

  • 매우 매운 음식(특히 뼈찜)을 먹으면 3~4일간 컨디션이 급속히 나빠진다.
  • 폭음(술)은 당연히 신체에 무리를 준다.
  • 기름지고 당분 많은 음식(치킨 등)을 먹으면 반나절 이상 무기력해진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상태가 나빠졌을 때 식단으로 집중 회복하자”라는 원칙을 세웠고, 덕분에 2024년에는 야근이 많고 체력 부담도 컸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Desktop View 빈둥거리는 삶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마 아버지를 닮아서겠죠. 2024년 아버지도 임원으로 계신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런 모습이 꼭 제 모습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행복이 정말 중요한 펀더멘탈”이라고 보는 관점은 아버지와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에게 가족이야말로 행복이니까요.
그래서 2025년에는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더 꾸준히 배우고, 글도 많이 쓰고, 몸도 움직이며, 나누는 한 해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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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my family and beautiful girlfriend Ki-Won.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2024-08-23 Vehicle Software 양산에 대한 단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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